[슈퍼맨이었던 사나이 ] 정윤철 감독
과거의 비극을 간직한 유쾌한 인간. 테리 길리엄의 <피셔킹(Fisher King)>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피셔킹>에서 볼 수 있던 두 사람의 우정이 <슈퍼맨>에서는 안 보인다. 영화에서 송수정은 거의 관찰자에 가깝다고나 할까. 영화를 다 보고나니 수정의 남자 친구의 존재는 무슨 역할인가 궁금해졌다. 영화 끝에서 한 번이라도 등장할 것 같았는데 말이다. 아마도 자칭 슈퍼맨 이현석에게 수정이 마음을 열도록 하는 장치가 아닐까?
영화 삼분의 이까지, 심지어는 이현석의 과거와 비극을 보여준 지점과 "괴물"의 등장 후 구조가 시작되기전 자신의 임무를 깨닫는 장면까지 잘 정돈된 느낌이라면 그 이후부터 영화 끝까지는 휘몰아 치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연출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평범한 앞 부분이 아쉬웠다. 예상과는 다르게 슈퍼맨의 과거의 비극보다는 슈퍼맨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한 느낌이랄까.
가족의 비극을 보여주는 장면은 별 장치없이 바로 병원의 갱생장면과 연결돼서 중요한 부분을 왜 별 고민없이 찍었을까 의아해 했는데 아마 감독은 마지막 슈퍼맨의 활약을 더 부각 시키고 싶어했던 것 같다. <피셔킹>에서 전직 교수 페리의 비극을 보여주는 방법을 굳이 택하지 않더라도 그 정도 감정의 강약조절을 기대했었으니 그 부분이 실망스러웠던 것은 당연한 것 같다.
특히 아쉬웠던 것은 슈퍼맨이었을 때와 인간으로 돌아온 후의 대비가 그렇게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 그렇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게 못마땅하지 않았다. 영화의 앞과 뒤가 잘 정돈된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가령 창문 아래서 아이를 안은채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들려오는 슈퍼맨 아버지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앞 부분에서 전광판 트럭장면으로 아버지와의 교감을 한 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쉽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K-PAX의 아류작으로 치는 것은 너무 박하다. 앞부분이 좀 평이해 보여도 마지막 슈퍼맨의 활약이 다 보상하고도 남는다.
재밌던 장면:
수정이 성우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왱왱거린다고 불평하자 바로 들리는 해설. "그건 뻥이 아니었다".
슈퍼맨이 차를 들어올리려 할 때 함께한, 슈퍼맨 옷을 찾아내 입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온 고딩 네명.
마지막 S자 선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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