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슈미트(About Schmidt)] 알렉산더 페인(Alexander Payne) 감독



슈미트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40년을 근무한 보험회사에서 정년 퇴직을 한 기품있는 슈미트씨는 무료하게 지내던 어느날 텔레비전에서 보게 된 아프리카 기아 소년 후원 프로그램을 보고 전화를 하게 된다. 며칠뒤 날아온 지원 서류에는 엔두구라는 아프리카의 한 소년에 대한 소개가 있었고 후원자로서, 수양 아버지로서 슈미트씨는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지금의 누구와도 연관이 없는 엔두구에게 쓰는 편지에는 일상적인 자신에 대한 소개로 시작했지만 이내 그 동안 참고 있었던 그의 속내가 드러나게 된다. 퇴직 후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풋내기에 대한 경멸, 도대체 왜 같이 살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는 아내,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의 딸,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딸을 데려가려는 영 못마땅한 사윗감. 

갑자기 아내와 사별을 하게 되고 폐인처럼 지내던 그는 어느날 결심을 하게 된다. 결혼식 준비를 하는 그의 딸을 찾아가 도와주기로 한 것. 하지만 딸의 매몰찬 거절에 방향을 틀어 자신의 인생에 중요했던 곳들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지금은 타이어 판매점인 그가 태어난 곳과 대학 시절의 동아리 등등.....  결혼식 전날에 도착해 사돈집을 둘러 봤을 때 실망을 한 그는 딸의 결혼을 말리기로 하고, 열심히 설득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결혼 준비때문에 스트레스 가득한 딸의 분노뿐이었다. 결국 그는 체념하고 피로연에서 사돈댁 식구들을 축복하며 딸이 얼마나 좋은 집에 시집을 가는지 맘에 없는 연설을 하게 된다. 

길 위에서 RV차를 몰고 이곳 저곳 방문할 때 슈미트씨는 늘 엔두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딸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그는 엔두구에게 하소연한다. 이제 그는 세상의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아내의 죽음 후 아무 의욕도 남지 않았던 그에게 활력을 주었던 것은 딸의 잘못된 결혼을 말리려는 시도이었지만 실패했다. 큰 상실감을 안고 오마하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와 그림을 발견한다. 6살의 고아인 엔두구가 그린, 어른과 아이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을 보고 슈미트씨는 울음을 터뜨린다. 

사랑하던 딸을 보낸 상실감과 딸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무기력함에 남은 삶이 온통 잿빛이었을 그에게 엔두구에게서 온 편지는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그가 자신의 삶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엔두구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확인 편지가 감사의 그림과 함께 왔으니 말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터이다. 

다른 한가지는 영화에서 계속 나왔던 소통의 불완전함이다. 슈미트씨는 RV캠프에서 잠깐 만나게 된, 자신을 잘 이해하는 듯한 여행객의 아내에게 얼결에 키스를 하게 되고, 그녀의 분노에 황급히 캠프를 떠난다. 길가에서 젊을 적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친구를 용서하기 위해 전화를 하지만 음성사서함에 연결된 줄 모른 채 독백을 하다, 그마저도 실수로 지워버리고 만다. 그리고 애지중지하던 딸과의 관계가 그의 생각만큼 돈독하지 않았음이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돌아오지 않는 상대방의 반응들은 슈미트씨에게 상처를 주었을 터이다. 그리고 영화 내내 대화를 시도했던 엔두구에게서 온 그림을 보게 된다. 마치 내가 박물관에서 전시품들을 보면서 수천년전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듯이,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넓은 거리와 낯선 언어를 건너서 그에게 도착한 조악한 그림 한장이었지만  이것은 그동안 그가 얻지 못했던, 기다리던 대답 혹은 반응일 것이다.  먼 곳의 엔두구에게서 온 그림과 거기에서 묘사된 맞잡은 손은, 엔두구가 그의 손을 잡고 있음을, 슈미트씨와 교감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슈미트씨가 흘렸던 눈물 중 일부분은 그러한 소통의 성공을 기뻐하고 있기때문 아니었을까.

인상적인 장면. 아내의 죽음 후 딸을 공항에서 기다릴 때 한 여인이 앞의 먼 곳에서 화면의 초점안으로 걸어들어옴. 기다림에 대한 묘사. 타이어 판매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느라 다가간 창 바깥의 환한 햇볕이 어린 시절 엄마가 부르는 소리와 오버랩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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