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끝장면

희망은 부산스러운(어수선한) 이미지이다. <오아시스> 끝장면에서 햇볕에 반짝이는 먼지들은 확실히 공주의 마음을 보여준다.

곧 나온다고 잘 지내라는 동주의 연락을 맘 속에서 되새기며 청소를 하는 공주의 서툰 빗질은 빛나는 먼지들과 함께 뿌듯함을 품고 있다. 자취하던 시절, 잘 빤 물걸레로 단칸방 바닥을 휘적휘적 열심히 훔친 후 얼굴을 대고 누워있으면 화사한 봄기운에 물기가 말라가던 비닐장판의 촉감이 참 기분좋았더랬다. 그 만족감이 공주의 것과 비슷하지 싶다. 만족감, 기다림, 희망 이 세가지가 한 화면에 어우러져 있으니 장면 속 먼지들은 공주 맘 속에서 들끓고 있는 기쁨에 대한 은유가 된다.




글을 읽다가 오아시스 끝장면에 대한 기억과 정반대되는 구절(시의 6절)을 찾게되니 서로 비교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동영상을 편집해서 업로드하는 수고를 했다.

- 서울시 신림동 산77 聖 金福禮의 하루 - 권혁웅

1
부엌 지붕 새로 스며든 빗물이 판자를 휘어놓았다 식기들이 비스듬히 걸터앉아 아침 햇살에 이빠진 웃음을 웃는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食口를 계산하는 그릇들도 이 집 식솔들이다

2
지나는 곳마다 고개턱이어서 길들도 한숨을 부려놓는 곳, 그 길을 091021-2023527 김복례 할머니가 오른다 마을의 수도꼭지들이 할머니를 따라 쇳물을 쿨럭거린다 소리의 音階를 밟으며 할머니 길을 오르신다

........중략.........

5
바람만바람만 따라오던 가등의 행렬, 어깨 으쓱이며 돌아가고 건너편 산등성이 불빛들도 까무룩 조는 초여름 저녘, 김복례 할머니 형광등 값을 아끼려 일찍 자리에 든다 벌써 눕느냐고 칭얼대며 은초롱꽃들이 등을 켜들고 슬레이트 처마 아래를 들여다본다

6
야채나 생선차도 이곳엔 들르지 않는다 해서 이곳엔 기다림이 없다 그저 마른 방구들 풀썩이며 노는 먼지들 뿐이다 그 위로 햇살이 부서진다 하늘에 제일 가까운 곳에 세워진 빛의 고딕 성당 서울시 신림동 산77번지, 거기에 김복례 할머니가 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