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태풍 차바가 상륙한 이른 아침은 조용했지만, 학교에 도착했을 때부터 우산을 쓰고 걷기가 힘들정도로 날씨가 악화됐다. 열 시에 연구실에서 세미나를 시작했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낯설었다. 폭우는 강풍에 날려 중력을 거스르며 온갖 방향으로 흩날리고, 건물을 휘감는 바람들은 큰 유리창을 우퍼삼아 기분나쁜 저음들을 연구실 안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세상이 식기세척기 안에 있는 것 같다!", 라고 발표 중인 대학원생에게 탄식을 내뱉고 있을 때, 학교에서 십분거리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수백 대의 차가 침수 됐고, 한 분이 목숨을 잃었다. 열두 시가 지나자 태풍은 온데간데 없이 사그라들고 하늘마저 파랗게 개었다. 멀쩡히 버텨낸 것들에게는 상큼한 하늘과 공기였지만 휩쓸리고 침수당한 사람들에게는 아픈 생살이 훤히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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