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김성훈 감독
흔히 보았던 재난영화들에서 재난을 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지진, 태풍, 외계인의 침공, 권력자의 탐욕 및 부주의 등등. 영화 <터널>에서도 여느 이유와 다르지 않게 부실시공으로 터널이 무너진다. 하지만 우리시대를 그려주는 한국영화로써 <터널>은 다른 원인들을 추가한다. 진중권씨가 몇 번 지적했듯이 근대화를 제대로 거친 사회라면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버젓이 벌어진다. 사실 합리성을 과학 밖 사회에서 문자 그대로 구현 및 목격할 수 있는 곳은 대규모 토목공사이다. 설계도, 환경조사, 시공, 감리같이, 할 일들을 수치로 속박하고 결과로 나온 자료들을 다시 비교하여 확인하여야 한다. 그런데 구조작업 밑바탕에 깔려있는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믿음은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허무하게 깨진다.
현실 인물 및 매체에 대한 풍자, 그리고 여러 에피소드들이 엮이면서 꽤 재밌게 감상했더랬다. 많은 사람들이 평하듯이 영화에서 세월호의 비극에 대한 은유를 큰 주제로 볼 수 있지만, 이를 빼더라도 잘 뽑힌 상업영화인 듯 하다. 특히 <해운대>류 신파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 라디오 클래식 채널에서 좋아하던 노래가 나올 때 울컥했다. 영화를 밝게 마무리한다고 그 노래를 엔딩크레딧(ending credit)에 넣으면 어떨까 싶었지만, 너무 상투적일 듯 싶으니 지금 영화 마무리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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