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만든 것] 정필원 글, 그림



겨우 15화로 이루어진, 짧막한 단편만화를 독일에서 읽기 시작해서 한국에서 마지막 화를 보게 되었다. 첫 화의 첫번째 컷을 보았을 때 많이 익숙한 분위기라고 생각해서 단순히 다른 만화, 특히 <위대한 개츠비>의 아류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천방지축인 초등학생에게 갑자기 치마를 입히면서, 어라 머슴아가 아니었네 하는 작은 놀람과 그리고 첫 화에 마지막 장면에서 치맛속을 뽈뽈뽈 헤엄쳐 다니는 금붕어를 보면서 느꼈던 신기함이 그저 그런 작품이란 편안한 평가를 잠시 접어두게 만들었더랬다.

적은 편수만큼이나 소품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한 여름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소녀의 모습을 만화는 차분하게 보여준다. 첫 화에 등장한 금붕어는 동주의 초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호진은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눈치를 챈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었는데 마지막 화에서 상상에 등장하는 어머니가 확인해 준다. 하지만 그런 장치는 만화의 갈등해소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하기 보다는, 만화를 읽는 우리들을 계속 동주와 호진에게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조류독감으로 자신의 병아리들을 폐사 시키려는 공무원을 피해 트럭에 병아리를 싣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기면증에 시달리는 양계장 주인을 수배중인 살인마로 오해하는 에피소드는 참 개성 있었다. 하지만 약간은 억지같은 어린이 납치범과의 실랑이때문에 바다에 빠지면서 마지막 갈등해소로 가는 장면은 매끄럽지 못 한 듯. 아빠와 동주 담임 선생님과의 로맨스는 그냥 그렇게 마무리 되는 건지.

 바다에 빠진 동주를 구하느라 다쳐서 병원에 누워 깨어나지 못하는 호진이 예전에 써놓은 쪽지에 있는고백을 보면서 동주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엄마에게 토로하며, 엄마를 향해 숨겨왔던 그리움을 호진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바꾸게 된다. 결국 깨어난 호진에 대한 안도감, 엄마를 보내는 미안함, 그리고 새로 깨닫게 되는 낯선 감정에 북받친 동주는 병원 복도에서 엉엉 울음을 터뜨린다. 동주는 한바탕의 소동을 통해 엄마의 기억을 내려놓고 머슴아 같은 모습에서 소녀로 자라게 된다. 

여기서 다시 떠올리게 되는 구절 "상실감은 성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어머니와 강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삼촌 집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잉그마르, 그리고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던 가족들을 있는 그대로 품고 화해를 하게 되는 길버트, 그리고 동주, 그 셋은 참 비슷하다. 어둔 밤을 지새고 맑은 아침을 맞이 하듯이 잉그마르, 길버트, 그리고 동주 앞에는 새로운 삶이 기다린다. 무거운 과거는 그네들의 삶 밑바닥에 자리잡으면서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추의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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