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놀리아(Magnolia)]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당연하게도 There will be blood를 보고 택한 영화였다. 이 감독에게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폴 앤더슨 감독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굉장히 인상깊게 찍는다. There will be blood의 인상적인 갱도와 볼링장 장면은 매그놀리아의 재기 넘치는 구성을 넘어서서 관객들이 감독의 원숙함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이드웨이와 마찬가지로 끝 장면의 여운이 많이 남았다. 긴 영화였고 중간에 따라가기 힘든 부분-폐암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의 장면들-도 있었지만 공감을 하게 되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특히 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며 사랑의 감정을 삭히고만 있는 인물들을 볼 때 많이 집중을 했다. 특히 짐과 클라우디아의 이야기는 인상깊다. 아픈 과거때문에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랑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믿는 여자가 마침내 그동안 마땅히 필요했던 위로와 사랑의 가능성을 동시에 얻게 된다는 이야기와 신파로 흐르지 않고 제대로 묘사된 감정들은 영화에서 얻을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영화 처음부터 삶에 끼어드는 우연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므로 영화는 많은 등장인물들을 우연을 통해서 엮게 될거란 짐작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짐작이 영화 초반의 힌트에 얽매여서 대개 이름 사이의 연관성, 너른 시공간에서 교차하게 되는 희박한 확률등등... 이런 것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영화에서는 뜬금없이 하늘에서 사람 머리통만한 개구리들이 수없이 떨어지면서 의미없이 지나쳤을 인물들을 만나게 한다. 시한부 인생의 퀴즈 쇼 진행자의 자살을 방해하면서 일종의 응징의 성격을 보여주고, 사랑에 대한 희망을 잃은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서로에게 필요한 조언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엄마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딸을 위해 차를 돌리고, 딸은 마침내 엄마와 만나게 된다. 퀴즈쇼를 중간에 뛰쳐나온 소년에게는 아마도 퀴즈문제로 알고 있었을 개구리비를 직접 겪게 되는 흔치않은 경험일 것이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연결되는 고리는 몇 개 더 있다. 우선 하늘에서 떨어지는 개구리들, 그리고 모두 퀴즈쇼와 연관이 있으며, 라디오에서 방송되는 노래들을 외로워 하며 따라 부른다.

총을 잃어버려 절망했던 경찰은 떨어지는 개구리속에서 총을 찾고, 같이 대화했던 왕년의 퀴즈왕에게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고백을 듣는다. "주고 싶은 사랑은 속에 너무 많은데 누구한테 주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렸을 적 아버지의 성추행으로 피폐해진 클라우디아는 선뜻 짐에게 과거를 털어놓지 못한다. 호감을 주면서도 영문을 모르게 그를 밀어내는 그녀에게 신실한 경찰관 짐은 마침내 찾아가 고백한다. 그의 용서에 대한 생각과 자신을 떠나게 놔둘 수 없다는 절절한 고백을 보면서 그녀는 많은 표정을 짓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음 속에 피는 기쁨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입꼬리에, 눈가에 나타나고 그가 고백을 마치자 마침내 그녀는 눈을 떠 화면을, 즉 관객을 보면서 환하게 웃는다, 목련이 피듯이......

한가지 떠오른 이미지는 닿고 싶은 이와 소통에 성공한, 혹은 그의 마음을 완전히 알게된 사람의 기쁜 얼굴 표정이다. 영화 '클래식'에서 여주인공의 우산 에피소드가 생각나는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 절절하게 다가온다. 긴 시간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마치고 사랑을 시작하는 클라우디아에게 마지막 장면과 같은 미소를 지어주면서 축복해주고 싶다.

덧글. 마지막 장면에서 밝은 볕이 새어들어오는 붉은 커튼 옆에 클라우디아는 하얀 잠옷을 입고 하얀 침대에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노란 갓을 씌운 스탠드가 켜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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