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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씨의 표절 논란

신경숙씨 표절은 사실인 듯 보인다. <새야새야>에서 너무나 여린 벙어리 형제들 이야기에 매료된 후 관심을 가지다 오래전에 시든 터라 최근 소설들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예전부터 불거진 여러 구설수들은 들어 보았다. 대부분 문학평론가인 남편 분에 대한 안 좋은 평들이어서 별 관심거리가 되지 않았지만 기사에 난 표절은 꽤 놀랍다. 여러 반응들 중에는, 여러 소설을 필사하는 지난한 습작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소설가의 특성때문에  이 소동은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에서 주인공이 겪었던 무의식적 베끼기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이렇게 생각했지만, 표절 대상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신경숙씨의 반응을 보고는 생각을 달리 했다. 이른바 '글통장'이 존재하고 유명 작품의 단락들이 가공되어 소설에 삽입된 정황이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일종의 '나이브'함이 있지 않나 싶다. 신경숙씨는 황우석씨 경우 같은 깜쪽같은 사기극을 계획할 성격은 아닌 듯 싶다. 그녀의 면면을 겪어온 몇몇 소설가 역시 그녀가 뻔뻔하게 도작을 한 것은 아니고 습작시절의 습관들일지 모른다고 증언한다. 한 작품은 작가의 아이디어 실현에서 더 나아가 한 문장 한 문장 고민해 쓰고 배치하는 것 같은 세부 완결성을 지녀야 한다. 내 추측으로는 신경숙씨는, 진도가 정체된 단락을 '나이브'하게, 즉 안일하게 유명 작품을 가공하여  마무리 할 만큼 게을렀다. 일반인과 출판계는 이 게으름을 신경숙씨의 면죄부로 받아 들일 수도 있겠다. 베스트셀러의 관성 탓에 문학계, 출판계는 '사소한' 표절 논란정도는 뭉개고 지나가려 한다. 하지만,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논문의 세부 단락을 채우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리고 프로 소설가, 여러 문학상 심사위원 등, 문학권력으로 군림하는 그녀의 위치를 고려하면 그 '나이브'함은 큰 흠결이며 오래전에 폐기했어야 했다. 문학계의 자정 능력이 어느 정도일지 시간을 두...

봄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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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봄이 왔다. 아니 진즉에 지나가버렸지만 마음 속 계절과 달력의 계절이 어긋난터라, 토요일 초저녁 계획에 없던 동네 마실을 나가 어두운 거리를 홀로 휘적휘적 걷다 한 박자 늦은 봄 맞이를 하게 됐다. 배탈이 나 오슬오슬 한기가 들어 속에 입은 반팔을 걱정하며 아파트 현관을 나섰지만 곧 사위를 둘러싼 포근한 기운에 경계심이 풀린다.  풍성한 기운들..... 봄의 낮은 잔칫날이고 설렘으로 충만하지만 봄 밤 역시 다채로운 감정들이 흘러다닌다.  여러 문학 작품들이 봄밤의 기운에서 건져내는 연민과 처연함이야 예민한 감수성의 결과일테지만, 봄 밤에 묻혀있는 파장의 여운이나 아련함 같은 감정들은 우리들 삶의 고단함과 멀지 않은 듯 하다. 힘겹게 어미의 품을 찾아 들어간 강아지가 안심하며 내쉬는 긴 한숨. 혹독한 시련을 겪고 돌아온 탕자를 품어주는 어머니의 온기.  쌀쌀한 날을 기억한 채 맞는 봄 밤은 무척 포근하다. 집-자차 출근-연구실-퇴근. 이렇게 생활하니 가끔 점심을 먹기위해 캠퍼스를 거닌 것 빼곤 제대로 봄 기운을 느끼기 어려웠다. 낮의 기운은 벌써 초여름에 접어들어 짧은 봄이 끝났지만, 나름대로 박제된 봄 기운을 글과 음악에서 찾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들으며 봄기운을 음미할 때, 올해는 보지 못한 목련의 화려함을 떠올리며 음악을 듣고, 꽤 오랫동안 하지 못한 대낮 동네 마실을 추억하며 글을 읽는다. * 다리를 건넌다는 것 - 이진명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예를 들면 얼마 전 새로 생긴 비산인도교를 건너갔다 온다는 것은 햇살만을 데리고 빈손으로 건너갔다가 봄이라네 호로루루루 시장통으로 몰려나온 여인네들과 아이들에 섞여 돌다가 치자꽃 묘종을 사들고 온다는 것은 커피잔만한 비닐 화분에서 키운 치자꽃 봉오리를 데리고 온다는 것은 커피잔만한 화분이 그 안에 모래알 흙덩이 연탄재 나뭇잎 거름을 들여 그것들을 똘똘하게 잘 뭉쳐 치자꽃 봉오리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아, 그렇게 다리를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