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이
또 봄이 왔다. 아니 진즉에 지나가버렸지만 마음 속 계절과 달력의 계절이 어긋난터라, 토요일 초저녁 계획에 없던 동네 마실을 나가 어두운 거리를 홀로 휘적휘적 걷다 한 박자 늦은 봄 맞이를 하게 됐다.
배탈이 나 오슬오슬 한기가 들어 속에 입은 반팔을 걱정하며 아파트 현관을 나섰지만 곧 사위를 둘러싼 포근한 기운에 경계심이 풀린다. 풍성한 기운들..... 봄의 낮은 잔칫날이고 설렘으로 충만하지만 봄 밤 역시 다채로운 감정들이 흘러다닌다.
여러 문학 작품들이 봄밤의 기운에서 건져내는 연민과 처연함이야 예민한 감수성의 결과일테지만, 봄 밤에 묻혀있는 파장의 여운이나 아련함 같은 감정들은 우리들 삶의 고단함과 멀지 않은 듯 하다. 힘겹게 어미의 품을 찾아 들어간 강아지가 안심하며 내쉬는 긴 한숨. 혹독한 시련을 겪고 돌아온 탕자를 품어주는 어머니의 온기. 쌀쌀한 날을 기억한 채 맞는 봄 밤은 무척 포근하다.
집-자차 출근-연구실-퇴근. 이렇게 생활하니 가끔 점심을 먹기위해 캠퍼스를 거닌 것 빼곤 제대로 봄 기운을 느끼기 어려웠다. 낮의 기운은 벌써 초여름에 접어들어 짧은 봄이 끝났지만, 나름대로 박제된 봄 기운을 글과 음악에서 찾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들으며 봄기운을 음미할 때, 올해는 보지 못한 목련의 화려함을 떠올리며 음악을 듣고, 꽤 오랫동안 하지 못한 대낮 동네 마실을 추억하며 글을 읽는다.
* 다리를 건넌다는 것 - 이진명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예를 들면
얼마 전 새로 생긴
비산인도교를 건너갔다 온다는 것은
햇살만을 데리고
빈손으로 건너갔다가
봄이라네 호로루루루
시장통으로 몰려나온
여인네들과 아이들에 섞여 돌다가
치자꽃 묘종을 사들고 온다는 것은
커피잔만한 비닐 화분에서 키운
치자꽃 봉오리를 데리고 온다는 것은
커피잔만한 화분이 그 안에
모래알 흙덩이 연탄재 나뭇잎 거름을 들여
그것들을 똘똘하게 잘 뭉쳐
치자꽃 봉오리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아, 그렇게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너를 닦다가
봄햇살로 닦다가 봄치마로 닦다가
너를 낳는 것
웃는 너를
배탈이 나 오슬오슬 한기가 들어 속에 입은 반팔을 걱정하며 아파트 현관을 나섰지만 곧 사위를 둘러싼 포근한 기운에 경계심이 풀린다. 풍성한 기운들..... 봄의 낮은 잔칫날이고 설렘으로 충만하지만 봄 밤 역시 다채로운 감정들이 흘러다닌다.
여러 문학 작품들이 봄밤의 기운에서 건져내는 연민과 처연함이야 예민한 감수성의 결과일테지만, 봄 밤에 묻혀있는 파장의 여운이나 아련함 같은 감정들은 우리들 삶의 고단함과 멀지 않은 듯 하다. 힘겹게 어미의 품을 찾아 들어간 강아지가 안심하며 내쉬는 긴 한숨. 혹독한 시련을 겪고 돌아온 탕자를 품어주는 어머니의 온기. 쌀쌀한 날을 기억한 채 맞는 봄 밤은 무척 포근하다.
집-자차 출근-연구실-퇴근. 이렇게 생활하니 가끔 점심을 먹기위해 캠퍼스를 거닌 것 빼곤 제대로 봄 기운을 느끼기 어려웠다. 낮의 기운은 벌써 초여름에 접어들어 짧은 봄이 끝났지만, 나름대로 박제된 봄 기운을 글과 음악에서 찾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들으며 봄기운을 음미할 때, 올해는 보지 못한 목련의 화려함을 떠올리며 음악을 듣고, 꽤 오랫동안 하지 못한 대낮 동네 마실을 추억하며 글을 읽는다.
* 다리를 건넌다는 것 - 이진명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예를 들면
얼마 전 새로 생긴
비산인도교를 건너갔다 온다는 것은
햇살만을 데리고
빈손으로 건너갔다가
봄이라네 호로루루루
시장통으로 몰려나온
여인네들과 아이들에 섞여 돌다가
치자꽃 묘종을 사들고 온다는 것은
커피잔만한 비닐 화분에서 키운
치자꽃 봉오리를 데리고 온다는 것은
커피잔만한 화분이 그 안에
모래알 흙덩이 연탄재 나뭇잎 거름을 들여
그것들을 똘똘하게 잘 뭉쳐
치자꽃 봉오리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아, 그렇게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너를 닦다가
봄햇살로 닦다가 봄치마로 닦다가
너를 낳는 것
웃는 너를
<Steel Magnolias suite> Georges Delerue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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