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든 천문학자] Gerrit Dou 작


<Astronomer by Candlelight> Gerrit Dou



미국 로스엔절레스에 있는 게티(Getty) 미술관에 갔을 때 나의 눈을 사로 잡은 그림이다. 밤에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스탠드의 불빛에서 눈길을 돌려 주변을 바라보면 그림처럼 물건들의 윤곽이 어슴프레 드러났더랬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갓 시작했을 때 내겐 학문의 낭만 같은 것이 있었다. 주변과 담을 쌓은 채 적막감속에서 책을 읽으며 기쁨을 찾는 중세 학자들의 이미지를 간직한 채 계산을 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지가 바뀌었다. 수학뿐 아니라 어떤 학문을 하던지 어느 수준부터는 믿고 의지할 사람은 자신뿐이란 것을 깨닫는 시간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어둠 속에서 홀로 우두커니 앉아 진도가 안나가는 논문을 붙들고 한숨 짓고 있을때였다. 그 때 외로움이 예전의 이미지에 덧칠이 되었다.

책갈피용으로 파는 조그만 복사본을 사서 조교실 문 앞에 붙여 놓았더랬다. 책상에 앉아 있다 잠깐 고개를 들어 보면 그림은 언제나 두가지 감정을 번갈아 환기 시켜주었다. 낭만과 외로움. 그림에는 두 감정들이 묘사되어 있었고 어둠속에서 촛불의 빛에 드러난 실루엣들은 그것들을 꾸며주는 장식들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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