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를 본 남자 The man who knew infinity] Mathew Brown감독


수학, 특히 정수론 분야에서 일하면 당연히 봐야하지 않나 하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있어서, SKT옥수수에 영화가 무료로 올라온 후에도 영 땡기지 않아 감상을 미루는 마음이 숙제를 미루는 학생 심정이었다. 영화는 두 가지 큰 주제를 다루고 있다. 즉 인도에 남은 아내와의 관계, 그리고 직관과 증명 사이의 충돌. 그런데 둘 다 밋밋하다. 수학자의 꼼꼼한 고증만으로는 훌륭한 수학 영화가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할텐데 영화는 거기에만 힘을 쏟은 느낌.

직관과 증명 사이의 불화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면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텐데 참 안이하게 처리한 듯 싶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영화에서는 증명을, 논문 출판과 영예를 얻기 위해 타협 또는 극복해야하는 수학적 전통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듯 보인다. 리틀우드가 소수에 대한 라마누잔의 연구에 틀린 점을 발견 하고 하디가 직관의 위험에 대해 라마누잔에게 경고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더 확장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갈등은, 험한 영국 생활과 소식없는 아내에 대한 실망으로 지친 라마누잔이 하디의 무관심을 원망하고 연구실을 뛰쳐나가는 것으로 진행되고 만다. 그 마저도 영화의 다른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하는 에피소드 정도로 머무르니 영화 전체가 밋밋할 수 밖에.....

일반 관람객이라면 천재가 써 내려가는 수식들과 다른 수학자들과의 "대결" 정도가 흥미를 끄는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자주 보던 것 이외의 것을 기대했지만 눈에 띄는 영화의 장점을 찾지 못했다. 그랬다, 버트란드 러셀을 영화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내겐 제일 큰 놀라움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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