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트 가드너(Constant Gardener)]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마음의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유약한 말단 외교관 저스틴과 정력적인 활동가 테사의 사랑은, 장르는 완전히 다르지만 <브라질>에서의 샘 라우리와 질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권력기관에 속해 있으면서 특권을 이용하여 목적을 이루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치열한 약육강식의 생존 경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보통의 직장인들 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두 주인공 모두 개인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큰 세력들과 대립을 하게 되며 사랑하는 이를 위해 안쓰럽게 발버둥치는 모습들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브라질>이 블랙 유머로써 암울한 정보 통제 사회의 모습을 한 연인의 사랑 실패담을 통해 절절히 보여 주었다면 <콘스탄트 가드너>는 하드 보일드의 장르에 충실하게 한 부부의 죽음을 통해 아프리카 민중들의 모습과 제약회사들의 더러운 면면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정보부(Ministry of Information)의 막강한 권력마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샘의 모습이 약간 코믹하게 그려졌다면 막강한 권력과 피도 눈물도 없는 청부업자들의 틈에서 총 한 번 제대로 쏘지 못 한채 쫓기며 두들겨 맞는 저스틴에 대한 묘사는 무기력할정도로 실제 같다. 

나름대로의 요약을 한다면 영화는, 뒤늦게 깨달은 뒤 안타깝게 그리워하는 마음의 집으로 저스틴이 돌아가는 여정을 묘사하고 있다. 아내가 살해돼 주검으로 영안실에 누워 있는 모습을 저스틴이 무심하게 보일 정도로 감정을 숨긴채 바라보던 이유는 아내가 아프리카에 입국하기 위해 자신과의 결혼을 선택했을지 모른다는 의심(Marriage of convenience)과 같이 활동하던 아놀드와의 외도 의혹에 슬픔이 묻혔기 때문일터이다. 그렇게 그는 그녀로부터 떠났지만 테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와중에, 테사의 아프리카 민중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게 되고 비로소 테사가 그가 안주하고 싶은 마음속의 집임을 깨닫게 된다. 테사가 하려던 일을 마무리하면서 그 역시 아프리카 민중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되고, 마침내 그는 테사에 대한 진실한 이해를 통한 사랑을 얻게 된다. 지친 몸을 이끌고 그는 테사가 살해된, 살인 청부업자들이 기다리는 장소에 도착해 테사에게 자신이 집에 돌아왔음을 알린다. 

영화는 저스틴과 테사의 사랑과 아프리카에서 제약회사들이 벌이는 추악한 임상실험, 두 가지 큰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혹은 원작소설)의 미덕이라면 두가지 이질적인 이야기들이 서로 겉돌지 않고 훌륭하게 섞여있는 점일 것이다. 가령 저스틴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영화는 아내에 대한 기억들과 사랑, 그리고 테사의 자취를 쫓으며 시작하게된 아프리카 여행기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놀드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고 "Marriage of Convenience"의미와 살충제 상자를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지던 테사의 행동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다국적 제약회사인 <Three Bees>때문임을 깨닫게 된 저스틴은 테사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에 오르게 된다. 테사의 장례식을 참석하기위해 수십킬로미터를 걸어온 완자 킬루루의 동생을 보고 그는 테사의 아프리카 민중에 대한 사랑을 차츰 이해하기 시작한다. 저스틴은 테사의 자취 곳곳에서, 가령 자신을 염려해주며 남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행동들에 고민을 하던 테사의 글들에서, 목욕중인 테사를 찍던 자신을 흉내내 자고 있는 모습을 찍어 컴퓨터에 저장한 테사를 보면서, 자신이 사랑받고 있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가 테사의 아프리카 민중에 대한 사랑을 비로소 이해하게 됐을 때, 테사에 대한 그의 사랑 역시 완전해 진다. 병원에서 집까지 수십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킬루루 가족을 태워주자는 그녀의 간청을 아이를 사산한 테사의 건강때문에 애써 무시했던 저스틴은, 습격당한 마을에서 아프리카 소녀 아부와 함께 유엔의 수송기에 피하려다 난민을 실을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조종사에게 거부당하고 아부를 벌판에 내려 놓은채 비행기에 탈 때, 마침내 아프리카 민중들에 대한 테사의 연민을 절절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깨달음은 고스란히 테사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바뀐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아프리카 민중에 대한 사랑으로 확대되며, 그렇게 완전한 이해를 통해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회귀하게 된다. 아내가 살해된 장소에 웅크려 앉아 얼굴을 무릎에 파묻은 채 살인 청부업자들을 기다리는 저스틴, 긴 여정을 헤쳐 오느라 피곤함이 그득한 그의 굽은 등짝을 테사가 위로해준다. 그리고 그가 중얼거린다. "여보, 나 집에 왔어."


덧글. "당신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든든해요 (I feel safe with you)."  저스틴이 회한을 가지며 떠올릴 테사와의 대화 한가지를 꼽는다면 이것이 될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외교관의 지위가 이유라고 생각했겠지만 아내의 행적을 쫓다, 영국으로 돌아와 옛집 앞에서, 테사의 이 고백이 오직 저스틴을 사랑했기 때문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책망.

덧글2.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버려진 테사의 집을 찾아가 떠올린 테사와의 대화에서 나타나는 듯. 나무들에게 물을 주는 것을 게을리한 테사를 나무라면서 저스틴이 했던 말, "사람들을 구한다면서 가엾은 식물들을 죽게 나두다니..." 그리고 테사의 대답 "사람들이 먼저죠". 쉼 없이 정원을 가꾸는 저스틴과 늘 아프리카 걱정을 하는 테사의 이미지들이 짝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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