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수아] 김희정 감독



수아는 아빠가 죽은 후, 방황하며 말수가 적고 공상을 많이하는 초등학생이다. 사소한 오해때문에 지금 엄마는 키워준 분이고 낳아준 이는 유명가수인 윤설영이라고 믿고 있다. 학교를 땡땡이친 것을 걸려 엄마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고 수아는 마침내 진짜 엄마를 찾으러 나선다. 

EBS에서 오랜만에 끝맺음이 맘에 드는 영화를 봤더랬다. 2007년에 개봉한 영화를 이제야 알아 보게된 이유는 아마도, 달콤한 청소년용 멜로물이라는 선입견 하나, 그리고 한국영화 홍수 속에서 재미있는 것을 찾으려 발품을 파는 노력도 시큰둥해지던 마음, 그런 것들때문에 개봉당시에 눈길을 주지 않았던 탓일게다.

꿈 속 푸근한 날 넓게 펼쳐진 "초록들"을 배회하다 죽은 아빠를 마주하게 되고 망설임끝에 마침내 맘속에서 떠나 보낸 뒤, 애절한 감정을 지닌 채 눈을 뜨는 수아의 모습은, 예전에 겪었던 감정들을 상기시켜 주어서 맘에 들었던 영화속 여러 장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1990년 초까지가 문어체투의 대사와 후시녹음된 소리에 좀처럼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던, 영화 감상이 설익은 밥 먹는 것 같았던 "방화"의 시대였다면, 언제부터인지 잘 쓰인 소설처럼, 잘 뽑힌 시처럼, 가요처럼 한국영화가 우리 얘기들을 맛깔나게 기록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 어리버리한 모습에 대한 생생한 묘사에 더해,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겹겹이 쌓여가는 회한을 정리해주는 귀중한 경험때문에 "건축학 개론"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도 그렇게 생겨난 듯 싶다. 영 젬병이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을 감수성 풍부한 감독들이 잡아내 보여주니 얼마나 고마운지......마치 보물같은 그런 장면들을 우연히 찾는 경험을 하고나면, 쏟아져 나오는 한국영화에 대한 정보들을 이곳저곳 들춰보게 만드는 수고를 마다 않게 된다.


<프리지아> 자우림 곡, 노래

그리운 꽃말을 가진 꽃들이 소복이 초록 들을 메우고 조그마한 소원을 안은 별들이 새카만 밤하늘을 수놓으면 아아.. 우리는 기쁨에 찬 어린아이처럼 서로를 안고 잠이 든다.. 수많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걸으리 수많은 가을과 봄을 지난다해도 우리는 서로를 꿈꾸리.. 그리운 꽃말을 가진 꽃들이 소복이 초록 들을 메우고 조그마한 소원을 안은 별들이 새카만 밤하늘을 수놓으면 아아.. 우리는 기쁨에 찬 어린아이처럼 서로를 안고 잠이 든다.. 서로를 안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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