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코엔형제 감독



여러 감상평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영화에 음악이 안 나왔다는 점이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던 장면들이 거의 연출과 연기에 의해서였다니 무척 신기하다. 대단한 능력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음악이 없었슴을 눈치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영화 보는 내내 '파고'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도입부에 평범한 눈 길을 보여주던 화면 위로 절절하게 흐르던 주제음악이 영화 전체를 떠다니고 있었다. 오도방정떨지 않으면서 이곳 저곳 탐문수사를 벌이던 주인공의 무심해 보이던 눈빛과 한 가족의 어이없는 파탄, 코미디와 비극을 왔다갔다 하면서 그 간격만큼이나 넓은 절절함이 마지막에 남았다.

그동안 '노인'을 보면서 나의 이해를 겉 돌던 영화의 감수성은 '파고'에서 거의 관찰자로서 머물면서 주인공이 느꼈던 감정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속 좇고 쫓기는 자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면 도저히 영화의 끝을 못 참을터이다. 하지만 잠깐 비켜나 그 동안 축적된 지혜의 눈으로-내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고-본다면 무시무시한 폭력앞에서 버티다 우연하게 퇴장하는 인생이 얼마나 안타까울까. 하물며 그 안타까움을 오랫동안 겪어오면서 기억에 각인했을 노인들이라면 더욱 더 말이다.

마지막 문장을 기계적으로 해석해서 약간의 비약이 되는 비유를 한 번 시도해 보자. 어려운 생활 속에서 힘들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고 또 어느 순간 조그만 성공도 거두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그가 행복한 결말보다는, 아니 어떤 모습이던지 끝장을 보지 못한 채 한 순간에 인생에서 퇴장해서 모든 노력이 무가 돼버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가 있다. 뭐 뉴스를 보면서 늘 불평하던 주제였으니깐..... 하지만 '노인'에서는 주인공의 허무한 퇴장에 우리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우리는 영화 안에서 가졌던 그런 불행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을 왜 우리의 삶에서는 갖고 있지 않을까?

위의 비유는 많이 비약을 했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우리가 영화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은 영화와 위의 비유의 중간정도 될 듯하다. 어떤 개인적 경험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찾으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그냥 실없는 재밌는 공상이겠지만 뭐 그것도 괜찮은 듯 싶다.

덧글.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코엔형제의 영화중 대부분은, 작가주의 영화라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단순한 일상들이 영화 안에서 증폭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조나 유괴사건>, <파고>, 그리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뭐 대단한 철학을 넣었다기 보다는 우리 삶에 대한 성찰을 여러 장르에 꽤 잘 버무렸다고나 할까. <아리조나 유괴사건>의 부부의 미래 "회고" 장면은 마음 속에 애잔함과 함게 부부에 대한 연민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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