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 선언
어제 유니스트에서 백오십명의 교수님들이 박근혜 퇴진 및 새 내각 구성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을 하였고 참여교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투표를 제외하고는 사회생활 시작 후 겉으로 드러낸 가장 정치적인 행동일 듯 싶다. 간편하게 이메일로 서명동의를 하고 서울 출장으로 선언식도 불참했으니 시국선언의 무게감과는 반대로 참 가볍게 끝냈다. 가만히 앉아만 있다가 온 심포지엄도 그렇고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퇴근시간 만원전철 안에서 사람들과 부대껴 보고 열두시 넘어가는 시각임에도 승객으로 꽉 차있는 ktx를 타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 틈에서 익명으로 하루를 보냈다. 가장 정치적이어야 하는 날에 많은 사람들 틈에서 소통없이 지낸 셈이다. 최근 여론 조사를 생각해 보면 어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목소리를 내보지만 익명으로 흩어져 버리는 상황. 오늘 광화문 시위는 지난번 보다 규모가 클 것 같다고 한다. 목소리들을 한 데 모아 함께 외치는 연대의 기쁨을 기대하며 한켠으로는 비장한 각오를 품고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서 열심히 응원하고,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느끼는 부채의식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나태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정도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