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 장훈 감독
영화 배우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깡패 이강패(소지섭)와 영화 속 조폭 연기 그대로의 성격을 현실에서도 보여주곤 하는 배우 장수태(강지환)는 서로의 필요에 따라 영화를 같이 찍기로 한다. 강패는 예전부터 영화 속 캐릭터에 관심을 가져 왔고 수태는 자신의 폭력성을 받아줄 수 있는 조연배우를 구해 영화를 맺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진짜와 가짜에 대한 코미디가 아닐까 생각해볼 정도로 강패의 카리스마와 수태의 망나니짓의 대비가 뚜렷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 수록 원본과 복사본의 갈등이라기 보다는, 즉 흉내만 내는 배우로서 갖게 되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회의를 풀어나가는 익숙한 설정을 보여주는 것에서 영화는 더 나아간다. 영화 속 영화에서 베낄려고 노력하는, 진짜 깡패 강패 역시 수태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어 자기 완성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두 개의 욕망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감옥 안 보스를 위해 조용히 충성하는 강패가 영화 속에서 멋있게 그려지는 수태를 보면서 느꼈을 '진짜배기'의 자부심 혹은 그것을 드러내 보이고 싶은 마음. 그리고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강패의 카리스마를 얻고 싶은 수태. 자신을 받아줄 조연배우들이 없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강패를 영화판으로 불러들이지만 사실 수태가 진짜로 원했던 것은 강패를 상대해 흉내내기라는 자괴감을 벗어날 기회를 잡는 것이었을 터이다. 이전의 지지부진 했던 영화 속 영화는 수태가 강패와 뻘밭에서 진짜 주먹 싸움을 벌이는 실연을 통해 눈물 나게 감동적(?)인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누가 누군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뻘을 온 몸에 뒤짚어 쓴 채 벌이는 두 사람의 사투에서, 강패의 것을 온전히 받아들인 수태에 대한 은유를 볼 수 있는 듯하다.